:: 책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201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12-12-19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기 대표작으로 손꼽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하지만…. 그곳에 인적은 없었다. 누군가 지나간 기척조차 없었다. (37p)

아이를 업은 채 가쓰로는 불길 속을 달렸다. 어디를 어떻게 가고 있는지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거대한 불덩이가 차례차례 습격해왔다. 온몸에 아픔이 내달렸다. 숨도 쉬어지지 않았다. 벌건 불빛과 검은 연기, 그것이 동시에 온몸을 휘감았다. ... 중략 ... 의식이 아득해져갔다. 잠들어버릴 것 같다. 그 편지 글이 희미하게 뇌리에 떠올랐다. (147p)

"상담자가 누군지 알려고 해서는 안 돼. 그것도 규칙이야. 누군가 지켜본 걸 알면 그 사람은 두 번 다시 상담 편지를 넣지 못해."(173p)

"그런 거야 참 별일도 아닌데 말이야." 아버지는 편지들을 둘러 보았다. "다른 편지들도 그래. 대부분 내 답장에 감사하고 있어.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가만 읽어보니 내 답장이 도움이 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본인들의 마음가짐이 좋았기 때문이야. 스스로 착실하게 살자, 열심히 살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아마 내 답장도 아무 소용이 없었겠지." (199p)

하긴 이별이란게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고스케는 생각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뭔가 구체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다. 아니,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서로의 마음이 이미 단절된 뒤에 생겨나는 것, 나중에 억지로 갖다 붙인 변명 같은 게 아닐까. 마음이 이어져 있다면 인연이 끊길 만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군가는 어떻게든 회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이미 인연이 끊겼기 때문이다. (269p)

오늘 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찾아올까. 나미야 잡화점의 존재가 자신의 인생에 큰 의미를 갖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지도 모른다. 벤츠가 사라진 뒤, 고스케는 편지를 우편함에 넣었다. 털썩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사십이 년 만에 듣는 소리였다. 가슴에 고인 응어리가 툭 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쩌면 이제야 마침내 결말이 난 것인지도 모른다고 고스케는 생각했다. (318p)

* * *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 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난문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편지를 다 읽고 아쓰야는 고개를 들었다. 두 친구와 눈이 마주쳤다. 모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자신의 눈빛도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아쓰야는 생각했다. (447p)

* * *

'힐링(Healing)' 도서로 유명해져 출간 후 쭈욱 베스트셀러에 자리하고 있는 소설<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가 타임워프(시간왜곡)를 소재로 따뜻함느껴지는 소설을 썼다는게 조금은 의아했지만, 읽다보니 역시 반전매력이 있다.

나의 가슴 속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고민을 진심으로 함께 나눠준다는 것.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까.

* * *

'나미야 잡화점, 단 하룻밤의 부활'. 그 날이 온다면 난 어떤 고민이 담긴 편지를 적을까?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