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케이트 디카밀로, 2009)

 

 

인형이라 불리기 싫었던 에드워드 툴레인

그저 멋져보이고만 싶었던 에드워드 툴레인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게 되는 그의 마법같은 여행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만큼 신기한 여행에피소드에 놀라웠다.

매 장에 삽입된 그림은 상상을 현실로 끌어온다.

 

 

 

* * *

 

에드워드 툴레인은 기다렸어요.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어요.

에드워드 툴레인은 기다렸어요.

 

나이 많은 인형의 말을 계속해서 되씹어 마침내 머릿속에 부드러운 희망의 문구가 새겨졌어요.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야.'

 

* * *

 

 

기다림의 끝에 찾아온 가장 가까운 행복과 기쁨.

소중한건 항상 내 옆에 있다는 걸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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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혼다 사오리, 2016)

 

미니멀리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물욕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 예쁘고 좋은 건 끝도 없이 많고, 물건 욕심은 나도 있고 너도 있으니까.

그런데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라니!

 

물건이 많다는게 풍요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이 책. 너무너무 매력적이다.

 

* * *

 

"이 세상에서 손에 넣은 것은 무엇 하나도 저세상에 가져갈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 지금까지 만났던 소중한 사람, 그들과 나눴던 대화,

함께 봤던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음식들…

 

그 모든 '경험'을 떠올리며 '아, 참으로 행복한 인생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떠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은 '그 나이에 벌써 그런 생각을 해?!'라며 놀란다."

 

* * *

 

 

물건 소유하기가 아닌 물건 선택하기.

홀가분함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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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이다의 작게 걷기 (이다, 2015)



작게 걷기

저자
이다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5-06-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자박 자박, 그냥 걷는다. 작게 걷는다. 사진은 찍지 않는다.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원미산 작게 걷기: 조금씩 다가오는 원미산의 봄」

동네 산에 누워, 파란 하늘을 수놓은 연분홍 진달래를 본다. 자연을 보며 누리는 행복은 누가 먼저 가진다고 줄어드는게 아니지. 


「통영 작게 걷기: 미륵산을 방랑하고 연대도를 산책하다」

어느새 주면이 칠흙같이 깜깜해졌다. 버스는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해안도로를 달린다. 문득 옆을 보았더니. 달이...... 엄청나게 크고 샛노란 보름달이 바로 옆에서 빛나고 있다!!!! (BGM. Jason Mraz's Bella Luna)

앙상한 나무들과 새싹, 커텐같이 주르륵 내려온 갈색의 덩쿨식물의 풍경. 나 지금 섬의 둘레를 따라 걷고 있는 거구나! 섬의 껍질을!

돌아가는 길이 힘들면 힘들수록 집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커졌다. 그립다... 집이 그립다...! 드디어 지하철에서 내렸다. 달이 너무 밝고 아름다웠다. 부천에서 보는 달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행이었다.


「중산리 작게 걷기: 그리운 것들과 이별하는 작은 여행」

그래,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사라지기 전에, 없어지기 전에, 거기 있을 때에 많은 것을 더 많이 사랑하자.


「국립민속박물관 작게 걷기: 나의 작은 아지트, 오촌댁 대청마루」

서늘하게 식어있는 기분 좋은 나무 마루의 느낌. 오랫동안 사람이 살고, 밟고, 만져서 손때가 묻어 매끈매끈한 이 기분좋은 촉감. 크게 뚫린 창문과 반대편으로 열린 대문, 뻥 뚫린 네무 지붕으로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씽씽 통과한다. 카페의 에어컨 바람과 차가운 커피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맑고 상쾌한 바람이다. (...) 딱히 뭔가를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아… 좋다."


* * *

봄의 통영, 여름의 서울, 가을의 경주, 겨울의 아산 그리고 그(이다)의 동네 부천. 무의미한 사진을 찍지 않고 눈으로 풍경을 담는다. 즉석에서 얼렁뚱땅 그려내는 그림일지라도 알록달록 색감을 더하니 고화질 사진 저리가라다. 그림은 두근두근 가슴 설레는 여행의 감흥과 여운을 더욱 세게 잡아둔다. 

선택과 집중으로 온전히 느끼는 일상 속 작은 걸음. 기분 좋다 :)

* * *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좋아, 먼 곳이 아니라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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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늦기 전에, 엄마와 여행하기 (2006)

 


늦기 전에, 엄마와 여행하기

저자
무라마쓰 에리코, 나카가와 미도리 지음
출판사
걷다 | 2015-04-26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해외여행에 대비한 국내 연습여행부터 미리 준비한 5.60대 엄마...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가고 싶은 곳 보다는 '엄마와 함께 가기 괜찮은 곳'.

60대 엄마와 함께 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 해야 할 것이 있다. 이 여행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포인트 4. 1. 컨디션 2. 안전 3. 적당히 4. 엄마들의 즐거움

그런데 엄마들도 그냥 '따라가 준다'는 기분이면 피곤해질 거라고 생각해. 파악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일이다. '나도 같이 여행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주면 기쁠거야.

한편, 아빠는? 걱정되는 건 '엄마가 며칠이나 집을 비우는가'인 것 같다.

낮 시간에 계속 TV를 보거나(체력을 보충하는 날), 저녁에는 와인을 즐기거나, 창밖을 내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멍하니 있거나, 사온 선물을 꺼냈다가 포장했다가 다시 펼쳐보고, 모아둔 빨래를 하고, 저녁식사 전 샤워를 하고, 슈퍼마켓에서 사온 간식을 먹기도 하고, 졸리면 잠을 자기도 하고, 그리고 밤마다 하는 일. 허리마사지 & 발마사지. 내일을 준비하며 엄마에게 봉사하기.

엄마들이 쉬는 사이 '답사대'는 다음 산책 코스를 찾아 나선다. (...) 우선, 방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모시러 간다. "엄마 다녀왔어요. 좋은 산책이 될 것 같아요!!" "오늘은 추우니까 안 나갈래." 혹은 "응~ 추우니까 오늘은 됐어." 엄마아아~ 답사대만 억지로 산보를 나갑니다.

잠 들려는 엄마가 깨지 않도록… 뒤척거리고 싶은 것도 참고 조용히 있는 딸. 아침 일찍 딸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화장실에 가는 엄마. 둘의 일과.

제대로 효도 여행을 했는지는, 엄마가 느끼는 것이라 뭐라고는 못하지만 적어도 '효도를 하고 싶다'는 각자의 꿈은 이뤘다. 하지만 효도라는 게 한 번만 하고 마는 것도 아니지… 이 여행이 끝나갈수록 '남은 날 동안 제대로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여행'이라는 모습이 아니라도, '엄마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는 것을 기분으로 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로. 

* * *

나도 언젠가 엄마와의 여행을 꿈꿨다. 열달의 시간을 이겨내며 나를 낳아준 엄마를 위한! 좀 무겁게 다가오는 '효도'라는 타이틀 보단 '선물'이 더 좋겠다. 

엄마에게 주고 싶은 선물. 다른 것도 많겠지만 '여행'의 의미는 또 다를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보고 느끼고 맛보고 즐긴다는 건 자연스레 행복을 가져다 주니 말이다.

엄마 그리고 아빠,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이라. 꽃보다 할배 시리즈 속 이서진이 떠오른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듯 :)) 

* * *

엄마, 우리 여행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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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진중권, 2015)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저자
진중권 지음
출판사
창비 | 2015-03-2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미학자 진중권, 한국 예술계의 거장들을 만나다! 사진, 건축,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950년대 케빈 린치라는 미국의 도시계획가가 도시를 이루는 다섯개의 요소 중 하나로 랜드마크를 꼽으면서 중요시된 개념이죠. 역사를 따져보면 서양의 도시들은 대부분 평지에 있었습니다. 어떤 도시를 그 도시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불뚝 솟은 인공적 구조물이 필요했죠. 하지만 서울은 이미 자연적인 랜드마크인 산이 있으니 인공적 구조물이 설 필요가 없는데, 서구화가 근대화인 줄로 착각하던 지난 시대에 별생각 없이 그 방법을 그대로 끌고 들어온 겁니다. 세계에 1천만 인구가 사는 도시가 16개 정도 있는데, 서울이 거의 유일하게 산이 있는 곳입니다. (건축가 승효상)

종묘를 혼자 가면 대단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특히 비가 부슬부슬 오는 오후 네시쯤 가면 아무도 없거든요. 종묘 정전 자체가 엄청나게 장중한 건축이지만, 종묘가 아름다운 까닭은 그 건물 자체가 아니라 월대라는 곳에 있습니다. 월대는 신위를 모신 곳에서부터 1.5미터 내려와 있고, 그 아래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사는 곳에서 1미터 올라가 있는 매개적 공간,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홀로 서면 대단한 힘을 느끼게 됩니다. (건축가 승효상)

중국의 마당은 계급 질서 때문에 만든 마당입니다. 가운데로는 높은 사람만 다니고 하인은 가장자리로 다닙니다. 일본 마당은 교토의 사찰 료오안지(龍安寺)를 예로 들면 아침에 스님이 한번 쓸고 나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모든게 정지되어 있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마당은 뭘 해도 괜찮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그 일이 끝나면 다시 고요로 남아서 우리를 사유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건축가 승효상)

가장 좋은 공부가 지도 공부입니다. 지도도 한가지만 보지 말고, 가능하면 옛 지도부터 현재의 지도까지 펴놓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공간지각을 통해 기억되는 것은 굉장히 오래갑니다. 이게 어느정도 되면 그다음부터는 지도가 없어도 홀로 길을 걸으면서 변화의 과정을 체험할 수가 있죠. 그게 무진장 재밌습니다. 폐허에 가더라도 공간지각 훈련이 되어 있으면 그저 폐허로만 보이지 않죠. 주춧돌 하나만 있어도 지붕이 보이고, 어떤 풍경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걸 상상하면서 다니는 게 재미있지요. (건축가 승효상)

예술가란 양손으로 이상과 현실을 붙잡고 서로 멀어지려는 두 끝을 끌어당겨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가 아닐까요? 이상과 현실의 긴장을 놓지 않고 그 갈등과 모순을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으면서 둘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예술가의 중요한 화두겠죠. (미술가 임옥상)

그건 관제미술이지 공공미술이 아니라고 봅니다. (...) 이순신 동상은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를 이순신처럼 봐달라고 해서 세운 것이고, 세종대왕 동상은 오세훈 시장이 내가 곧 세종이라는 입장에서 세운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절대로 공공미술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반(反)공공미술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미술가 임옥상)

저는 "예술은 동사다"라고 생각합니다. 개념에 행동을 붙이는 것입니다. 예술이라면 사회를 흔들어서 이 사회가 미세한 떨림 속에서 재편되고 다시 제 길을 찾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술가야 말로 행동하는 사람이지요. 예술가는 현장에서 떨어질 수 없고, 현장에 끝까지 매달려서 그 현장의 증인이자 기록자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가 임옥상) 

각종 표지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공공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독성입니다. 도시의 가독성이 높을수록 시민들은 많은 혜택을 보게 돼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고 환경 자체가 즐거워지지요.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기술이 바뀌면서 디자인도 바뀌어요. 특히 시각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 소통 매체가 달라질 때마다 디자인은 요동치게 됩니다. 활판letterpress이란 납활자를 뽑고 조판해서 찍는 볼록판 인쇄인데, 오프셋은 평판이라서 컬러와 사진 재현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프셋으로 바뀌면서 그래픽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지요. 그전까지는 타이포그라피가 그래픽 디자인 전체였다면, 디자인 표현 영역이 사진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a자를 돌리면 민 ㅎ자처럼 되고, a자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도 돌려놓으면 ㅎ자 아랫부분처럼 됩니다. 우리가 영어권, 특히 서구의 시각으로 뭘 해석해서 보거나 그쪽으로 따라가잖아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전체'라고 하는 것은 그리스 알파벳 '알파에서 오메가까지'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글자의 첫 글자인 라틴 알파벳의 a부터 가장 새로운 글자 한글의 마지막 글자 ㅎ까지여야 온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 * *

미학자 진중권보다는 소셜 미디어로 더 친숙한 진중권이 사진가 구본창, 건축가 승효상, 배우 문성근, 미술가 임옥상, 소설가 이외수,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 미디어 아티스트 박찬경까지 8명의 예술가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변화의 앞에 맞서 있는 그들의 삶과 예술적 감각, 동향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동양의 파르테논이라 불리울 만큼 서양 건축가에게도 잘 알려진 위대한 우리 건축물 '종묘'. 병산서원 속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 '만대루(晩對樓)'. 이 두 곳은 꼬옥 가보고 싶다. 그리고 지도를 통해 도시의 변화를 면면히 알아보고 나서 도시를 온전히 느끼고 싶어졌다. 공감각적으로 :)) 그게 내가 사는 이 곳, '서울'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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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센트럴 파크 (기욤 뮈소, 2014)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저자
기욤 뮈소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4-12-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기욤 뮈소는 여전하다!사랑과 감동의 마에스트로 기욤 뮈소의 매혹...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가브리엘은 마치 터치라인에 선 선수 같았다. "인생에서 확신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p.41)

알리스와 가브리엘은 부둣가로 나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수갑을 풀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린 건 아니었지만 가장 심각한 당면과제를 해결한 건 분명했다. 두 사람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항만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어느새 바람은 한결 따스해져 있었다. 코발트빛 하늘이 산업지대 특유의 황량한 느낌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날씨가 맑은 탓에 멀리 자유의 여신상과 뉴저지에 이르는 뉴욕만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p.51)

우리의 생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지닌 모순, 두려움, 회한, 분노, 머릿속에 들어 있는 복잡한 생각을 그대로 인정하고 품어 안아주는 당신의 반쪽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주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p.87)

알리스는 이제야 비로소 가브리엘의 진면목이 보이는 듯했다. 수사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형사, 여러 날 잠을 설치면서도 범인의 심리와 행동반경을 집요하게 캐내는 형사, 범인체포를 운명으로 믿는 형사……. 알리스 자신도 역시 그런 형사였으니까. (p.171)

"세이무르와 아버지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지 못했을 거에요. 나는 출산을 앞둔 아기와 사랑하는 남편을 같은 날에 잃었고, 배를 수없이 난자당해 죽음 일보직전까지 갔었어요. 당신이라면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p.248)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이 존재한다. 나는 시련을 다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살아남는다.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나를 질식시키고 있었지만 나를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람들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p.252)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2013년 10월 15일 화요일입니다. 지금 시각은 23시 59분입니다. (p.268)

나는 모든 걸 기억한다. (p.281)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하지. 알리스에게 현재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나?" (...)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p.307)

"제발 그러지 말아요, 알리스." (...) "나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내가 자란 동네도 구경시켜주고 싶고, 송로버섯을 넣은 맥치즈도 만들어주고 싶고, 재즈도 듣고 싶고,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p.328)

* * *

종이 여자(La fille de papier)에 이어 본 기욤 뮈소의 <센트럴 파크>.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는 진부할지라도 이 소설가의 스토리 구성 능력은 놀랍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과 반전 마저도 소설 자체가 품고 있는 이미지 때문인지 나름 귀엽고 사랑스럽다 :p (사랑에 빠지는 걸로 결론이 나는 건 마치 헐리우드 액션물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재미있다. 나는 모든 걸 기억한다.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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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종이 여자 (기욤 뮈소, 2010)

 


종이 여자

저자
기욤 뮈소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0-12-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소설 속 여주인공의 색다른 사랑 이야기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나는 정말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다. 진정제가 없으니 아이팟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진통제 탕약을 조제하는 신관의 심정으로 정성들여 마일즈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필립 글래스 등 이질적인 음악을 조합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다음 사운드독에 꽂았다. 거실 가득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가 울려 퍼졌다. 재즈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도 좋아하는 재즈 명곡. (p.89)

호감이나 친밀감 혹은 우정이라는 말은 캐롤과 나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릴 때만 맺어질 수 있는 관계, 좋은 일보다는 궂은일에 더욱 결속력이 강한 관계, 결코 변치 않는 의리로 맺어진 영원한 관계였다. (p.112)

상점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스탄 게츠와 주앙 질베르토의 마법 같은 앙상블이 빚어내는 <The Girl From Ipanema>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40년도 넘게 엘리베이터 안, 슈퍼마켓, 주유소 같은 데서 이 명곡을 쉴 새 없이 틀어 보사노바의 걸작을 훼손시키는게 못내 안타까웠다. (p.140)

"잭을 처음 본 순간부터 우리 사이에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었어요. 어떤 확신, 일종의 본능적 끌림 같은 것이었죠. 서로 이 사람이다, 알아본 거죠. 오래전부터 함께였던 사람들처럼." 막 지껄이네. 하나같이 진부한 얘기들, 어쩌겠어, 불행하게도 다 내 탓인걸. (p.155)

"당신이 말한 그 '깊은 맛'이라는 게 정확히 뭘 염두에 둔 말이죠?" 빌리가 예를 찾으려 애를 쓰다 조금 전에 산 망고를 자르며 말했다. "예를 들어 이런 과일의 맛 말이에요." "어떤 거요?" 고운 얼굴을 바람결에 내맡기려는 듯 그녀가 고개를 하늘로 들고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훑고 지나갈 때의 느낌 같은 것." "난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그녀의 말이 전적으로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인 경이를 포착하는 데 서툰 작가였다. 왠지 그런 느낌은 나한테 잘 와 닿지 않았다. (p.199)

빌리는 햇살이 가득한 테라스 앞쪽으로 걸어갔다. 태평양과 코르테스 해가 만나는 바하 반도 최남단의 풍경이 발아래 마법처럼 펼쳐져 있었다. (...) '천국으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의 '라 푸에르타 델 파라이소'라는 호텔의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p.217)

"잠깐! 움직이지 마! 치즈!" 찰칵, 즈즈즈즈즈 (...) "나도 좀 보자! 나도 좀 보자!" 마법 같은 3분간의 기다림. 캐롤은 내 어깨에 기대 필름 위에서 서서히 사람 형상이 드러나는 순간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캐롤이 드디어 나타난 사진을 보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p.226)

마침 바 구석에서 누군가 피아노에 앉아 <As Time Goes By>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흑인 피아니스트 샘이 앉아 있을 것 같은 착각에 피아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죽으로 된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오로르였다. (p.253)

포효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빗발이 점점 굵어지며 창문에 두터운 장막을 드리웠다. 버번 스트리트 바의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오로르가 피아노를 치며 블루스적인 감성으로 감미롭고 호소력 있게 부른 <A Case of You>가 끝났다. (p.256)

오로르와 내가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내게 사랑은 산소 같았다. 우리의 삶에 빛과 광채, 강렬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게 사랑이라 믿었다. 하지만 오로르는 아무리 멋진 사랑이라도 결국 환상이며 위선이라 여겼다. (p.259)

캐롤은 권총 손잡이를 양손으로 꼭 잡은 채 정신없이 그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도 밀로는 하얀 모래와 터크와즈 빛 바닷물에 둘러싸인 작은 산호초 위에서 한참동안 서 있었다. 그날 오후, 맥아더파크 빈민가 임대 아파트의 그림자가 멕시코 끝까지 뻗쳐 있었다. (p.267)

"그럼 오늘밤이 우리의 모험을 끝내는 날인가?" 빌리가 짐짓 유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 맞습니다. 우리 둘 다 임무 완수를 했으니까. 당신은 소설을 끝냈고,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당신한테 되찾아주었으니까." (p.447)

"어디로 갈까요?" 그녀가 시동을 걸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p.480)

* * *

사랑스러운 빌리의 끊이지 않는 수다에 나는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책장을 덮었다. 여운이 가시지 않는 책 La fille de papier, <종이 여자>.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이야기 전개가 쉴 틈 없이 빼곡하다. 어느 한 장면도 스쳐지나가는 법 없이 밀도 있게 묘사하여 (상상 속의) 눈을 즐겁게, 틈틈히 상황을 고려한 노래를 삽입하여 (상상 속의) 청각까지 즐겁게 해준다. 아 너무너무 재밌어 :)) 최근 본 소설 중에 가장 인상적이다.

캔디핑크로 도색한 1960년대 식 피아트 500. 너무 귀엽고 앙증맞잖아! 히잉

1960 피아트 500 K
  • 가격 -
  • 차종 왜건, 경형
  • 연비 0.00 ㎞/ℓ

* * *

<그 후에>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센트럴파크>. 꺄, 앞으로 볼 책이 왕창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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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기억 전달자[The Giver] (로이스 로리, 1993)

 


기억 전달자

저자
로이스 로리 지음
출판사
비룡소 | 2007-05-1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84』『멋진 신세계』『시녀 이야기』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마을은 정확히 질서가 잡혀 있었고 선택은 아주 신중하게 이루어졌다. (82p)

"조너스, 조너스, 조너스!"

조너스는 마을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의 새로운 직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아기 칼렙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걸 느꼈다. (...)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이 가득 차는 것도 느꼈다. 조너스는 기억보유자로 선출되는 것이 어떤 일인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었다. 아니면 무엇이 자신이 될지 알지 못했다. (109p)

지난 십여 년 동안 여기 아이들 모두가 언어의 정확한 사용법을 훈련받았지만 어제 조너스가 경험한 햇볕의 따스함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단어를 사용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조너스로서는 조용히 듣기만 하는게 더 쉬웠다. (152p)

"모든 게 똑같으니까 선택할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을 때 제가 옷을 고르고 싶어요! 파란 옷을 입을까, 빨간 옷을 입을까 하고 말이에요." (166p)

"우리에게 아직 사랑이 있었으면 해요." (215p)

"저는 그 사람들이 만든 불빛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그 따뜻함도요." (216p)

"난 오늘 슬펐어."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고 가족들은 어머니를 위로했다. 하지만 조너스는 진짜 슬픔을 느꼈다. 뼈저린 비통함을 겪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은 어떤 방법으로도 빨리 사그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진짜 슬픔은 훨씬 더 심오한 감정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저 느낄 수 있을 뿐. (224p)

조너스가 물었다. "아버지가 아기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나요?" "아니야, 난 단지 선택할 뿐이란다. 아기들 체중을 달아서 무거운 아이를 옆에서 기다리는 보육사에게 넘겨 준 다음, 가벼운 아이를 안아 씻기고 다독거리지. 그런 다음에 나는 조촐하게 임무 해제 기념식을 하고……." 아버지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가브리엘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다음엔 잘 가라고 손을 흔들지." 아기에게 말할 때 쓰는 아주 달콤한 목소리였다. 거기다 아버지는 친숙한 동작으로 손을 흔들었다. (232p)

* * *

내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 모든 것을 통제하는 세상. 그 가운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인 단 하나의 '기억 보유자(Receiver)'와 새로운 기억 보유자를 위해 자신의 모든 기억 전달하는 '기억 전달자(The Giver)'의 이야기이다.

이름, 배우자(결혼), 가족 구성, 직위(직업) 그리고 생명 유지의 지속여부까지 정해진 규칙에 의해 결정된다.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부적합 판결을 받으면 '임무 해제'라는 또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와 기억 보유자를 제외하곤 누구도 임무 해제의 의미를 모른다. 임무 해제를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그 곳은 너무 명료해서 무섭기까지 하다.  

공동체는 '기념식'이라는 단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고 설레게 한다. 그리고 그들 또한 위험요소가 없고 늘 같은 안정적인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대신 그러한 삶을 위협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즉시 '임무 해제'라는 제재가 가해진다. 즉,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극단적인 제한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불필요한 감정적 소모 없이 완벽한 행복에 이르기 위하여.. 어떤 종류의 차별도 없는 평등한 세상을 위하여...

 * * *

1994년 뉴베리 상을 수상한 <기억 전달자>는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자연과 인공, 전쟁과 평화,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숨어있다. (역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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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일상의 유혹, 기호품의 역사 (탄지옌광, 2015)

 


일상의 유혹, 기호품의 역사

저자
탕지옌광 (엮음) 지음
출판사
시그마북스 | 2015-04-1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귀족의 사치품에서 대중적 기호품으로 세상을 바꾼 20가지 물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세월을 타고 흐르는 향기의 역사 '향수'

누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는가 '담배'

세계 정복의 여정 '커피'

매혹적인 향기와 씁쓸한 감미로움 '초콜릿'

미각과 후각을 자극하는 환상적인 세계 '향료'

보는 순간 빠져드는 초록빛 액체 '압생트'

1976년 파리 심판의 날 '와인'

바다의 정복자 '럼주'

길 위의 아메리칸드림 '캠핑카'

수수께끼와 같은 마력 '매직 큐브'

* * *

남들과는 다른, 특권이라 할만한 그 시절 '사치품'이 일상의 '기호품'으로 선택 가능해지기까지의 히스토리를 담은 책 <일상의 유혹, 기호품의 역사>는 유혹적인 스무가지 물건(기호품)에 대해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아우르며 알기 쉽게 소개한다.

* * *

+ 와인

자국의 와인 품질에 대해 신앙과도 같은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프랑스인을 아찔하게 만든 사건! 넘사벽이었던 프랑스 와인의 자리를 흔들어 놓은 '스택스 립 와인 셀러스(Stag's Leap Wine Cellars)'와 '샤토 몬테레나(Chateau Montelena)', 그리고 시음회를 연 와인 판매상 스티븐 스퍼리어(Steven Spurrier)의 이야기에 와인의 와자도 모르지만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시음하고 싶었다 :)  

+ + 럼주

영국에서 럼주가 '넬슨의 피(Nelson's blood)'라고 불리게 된 배경에 헉! 소리나게 놀랐고 흥미로웠다.

그리고,

+ + + 커피

우리는 찻잎을 우려낸 차 한잔을 마시며 담백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맛에 빠지고,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되찾는다. 그러나 찻잎을 몇 차례 우려내고 나면 차향은 점점 옅어지기 마련이다. 그것은 마치 평범한 일상으로의 회귀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그에 반해 커피는 차처럼 여러 번 우려내는 맛이 아니다. 한 번 내린 커피를 다 마신 후 또 마시려면 다시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야 한다. 하나의 여정이 끝난 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처럼. (3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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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3 (마스다 미리, 2010)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 3

저자
#{for:author::2}, 치에코씨의 소소한 행복. 3#{/for:author} 지음
출판사
애니북스 | 2015-03-31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한 번뿐인 인생을 ‘이 사람’과 함께하는 행복일명 ‘여자 공감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그 당시엔 전화도 자주 했었잖아." "그랬지."

"매일 밤 누구 한 사람이 전화를 걸었잖아. 자기 전에 말야. 그래서 결혼할 때 좀 섭섭했었어." "뭐가?"

"그렇잖아, 더는 전화로 "잘 자"란 말을 못하게 되니까. 사쿠짱은 안 섭섭했어?" "어? 전혀. 치에코가 내 눈앞에 있는데, 뭘."

- 제77화 세월은 흐른다 -

* * *

어른이 된 치에코 씨는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습니다. 치에코 씨는 지금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싫어한다고 말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언짢거나 귀찮은 일도 있지만 월급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고 일이 재미있다고 느낀 적도 있습니다. 만약 인생을 한 번 더 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지금과 같아도 괜찮지 않을까.' 치에코 씨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시 살 기회가 세 번 주어진다면 그렇다면 어떻게 할래요? 치에코 씨.

'글쎄… 그러면 두 번째 인생은' 대가족도 괜찮겠다고 치에코 씨는 생각합니다. 가능하면 쌍둥이도 있고. 그리고 두 번째 인생이 끝나고 마지막 세 번째 인생은 다시 첫 번째인 지금과 같은 인생이면 좋겠다고 치에코 씨는 생각했습니다.

- 제85화 두 번째 인생, 세 번째 인생 -

* * *

치에코 씨는 백화점 지하 식품 매장에서 장을 보고 있습니다. 회사원인 치에코 씨는 일이 끝나고 집 근처 전철역에 내리면 늘 남편 사쿠짱과 슈퍼에서 만나 같이 저녁 찬거리를 사는 게 일과인데요. 아니, 일과라기 보다는 소소한 데이트라 할 수 있는데요. 한 달에 몇 번 정도는 치에코 씨가 식품 매장에서 도시락을 사가는 게 두 사람의 이벤트가 됐습니다.

식품 매장을 두리번거리면서 치에코 씨는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음식을 고를 때는 자기가 먹을 것을 고를 때보다 더 정성을 기울이게 되는구나. '우와, 맛있겠다~ 이것도 사쿠짱이 좋아하겠다. 돈가스도 괜찮을까~ 카레 세트도 사쿠짱이 좋아하는데~' "저기요, 2색 카레 세트 하나 주세요. 야채 카레랑 돼지고기 카레 두 종류로 할게요." 치에코 씨, 즐거워 보이네요.

- 제88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

* * *

마스다 미리의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3>.

다른 사람들은 모를 '둘 만의 세계'는 평범하고도 사랑스럽다. 사쿠짱과 함께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생각하는 치에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랑을 뿜어주는 사쿠짱이기에 치에코의 애정 또한 단단해 보인다.

둘이 하나가 될 순 없지만, 서로가 한 곳을 향한다는 합일이 있다면 부부의 삶은 더 유쾌할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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