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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3.04 :: 책 ::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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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2015)
:: 책 ::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2015)
episode. 짐에 대해
"저기, 여보-" "네?"
"짐에 관한 얘긴데." "잼? 딸기잼이면 돼요? 왜요? 당신, 식빵 먹으려고요?"
"아니, 저기..." "근데, 아까 간식으로 찐빵 먹었잖아요. 어머 잊어버렸어요? 좀 전에 당신, 먹었어요!!"
"아니, 그러니까..." "아참, 따지는 듯한 말투는 안 좋다 그랬지."
"어이-" "나도 깜빡할 때가 있어요. 괜찮아요."
"짐." "네?"
"잼이 아니라 스포츠 짐(gym)의 짐." "아유, 뭐예요. 당신도 차암. 말을 똑똑히 하지... 짐이라면 왜. 다케우치 씨 남편이 다니는 것 같던데요. 등록해보기 전에 체험해볼 수도 있대요. 아, 그래서요? 당신은 무슨얘길?"
"물으려고 했던 것 다 알았어.
* * *
episode. 옷장 정리
옷장 정리를 하는 어머니 노리에 씨 입니다.
"이 스웨터 작년에 한 번이라도 입었나? 이 카디건은 사이즈가 좀 안 맞아~ 옛날에는 털실을 풀어서, 아이 스웨터를 떠주었지만 이제 그런 것도 입지 않을테고. 어머나 이 옷, 아직 있었네."
돌아가신 노리에 씨의 어머니 스웨터.
노리에 씨는 한번 불러보고 싶어졌습니다.
"엄마."
그리운 그 울림. 부를 수 없게 된 그 말.
"엄마. 도와줄까." "아냐. 곧 끝나."
* * *
episode. 희한한 습성
사와무라 씨 댁의 어머니. 외출에서 돌아올 때. 아주 잠깐, 딴 데를 봅니다.
엄마 뿐만이 아닙니다. 아버지 시로 씨도 여기서 딴 데를.
딸인 히토미 씨는 어떨까요. 역시 여기서 휙 돌아봅니다.
사와무라 가족의 특이한 습성일까요?
아뇨,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애지중지 키웠던 시바견 치비.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치비 집이 있던 곳을 무심고 돌아보게 됩니다.
* * *
episode. 크리스마스 이브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니까, 저녁은 외식할까." "그런 건 됐어~ 나간들 어디로 갈 거야."
"왜, 역 앞에 레스토랑 있잖아." "거기 망해서 편의점 됐어. 이브에 평균연령 60세인 가족이 갈팡질팡하는 거 싫어~~~"
"그래? 그럼 초밥이라도 배달시킬까?" "됐어, 됐어. 그냥 밥 먹어."
히토미 씨는 그냥 내버려두길 바랐습니다. (남친 없는 것 배려하느라 그런 것 다 보인다니까.)
"정말 괜찮아? 히토미." "괜찮다니까!!"
"닭 튀김이라도 해줄까." "마음대로.
"다녀왔어~ 케이크 사왔지!" "어머나."
(혹시 이 사람들. 나하고 관계없이 즐기는 거 아냐?)
"역앞에서 팔더라고." "이야~"
"오늘 저녁은 파티해요."
* * *
episode. 푸슝할래?
퇴근길의 히토미 씨입니다.
"하여간, 위에서 자꾸 의견을 바꾸니까~ 그 불똥이 전부 사원한테 오는 거잖아! 잔업, 잔업! 아~~~~ 어른이란 게 싫다 싫어."
"다녀왔어요~" "어서와라, 고생했네. 저녁 먹고 온 거지?
"응, 회사에서." "푸딩 있는데, 먹을래?"
"푸딩이라~ 어디의?" "어디긴 슈퍼에서 산 거지."
"제과점 것이 아니구나~" "투덜거리려면 먹지마라~"
"먹을래. 먹을래. 저기, 엄마앙. 커피도 좀~ 피곤해서 꼼짝도 못하겠어."
"푸딩은 푸슝할 거야?"
"응?" "그러니까 접시에 푸슝해서 먹을거냐고?"
어린 시절, 푸딩은 꼭 접시에 푸슝해서 먹고 싶어했던 히토미 씨. 긴 세월이 흘러도 어머니는 기억하시는군요.
"네, 푸슝해주떼요!"
* * *
episode. 가까운 곳의 힌트
"한 번이어도 좋으니 따보고 싶네요~" "뭘?"
"특허요." "특허?"
"발명품이 대박나면 큰돈 벌 수 있잖아요? 뭐 없을라나." "가까운 곳에 힌트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이 방에도 힌트가 굴러다닐지 모르지."
"음~~ 뭐가 있으려나?" "불편하게 느끼는 점 같은 것 없어?"
"있어요. 있어. 불편한 것." "오, 뭔데?"
'싱크대 아래 선반'이라고 말하려다, 노리코 씨는 그만두었습니다. 그것은 옛날에 시로 씨가 만들어 준 선반이거든요.
"저기, 병뚜껑이 단단해서 잘 안 열려요." "그런 상품은 벌써 나와 있을걸."
조금쯤 불편해도 사랑이 담긴 선반이지.
"전병을 대신 씹어주는 기계는 어때?" "필요 없어요."
* * *
마스다 미리의 그림체는 단순하고 밋밋해서 가벼운 내용일 것 같지만 그리 가볍지 않다. 내게 항상 생각할 거리를 준다. 그래서 좋다.
내 나이 40세 쯤이면 우리 아빠 엄마는 '고희'겠다. 나이가 더해가며 애정이 돈독해지신, 지금껏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다가 이제 온전히 두분만 남아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엄마 아빠를 볼 때면 내가 더 가슴이 설렌다. 나도 더 애틋하고 애정넘치게 살아야지! 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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