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케이트 디카밀로, 2009)

 

 

인형이라 불리기 싫었던 에드워드 툴레인

그저 멋져보이고만 싶었던 에드워드 툴레인

익숙한 것에 대한 소중함과 사랑을 깨닫게 되는 그의 마법같은 여행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만큼 신기한 여행에피소드에 놀라웠다.

매 장에 삽입된 그림은 상상을 현실로 끌어온다.

 

 

 

* * *

 

에드워드 툴레인은 기다렸어요.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었어요.

에드워드 툴레인은 기다렸어요.

 

나이 많은 인형의 말을 계속해서 되씹어 마침내 머릿속에 부드러운 희망의 문구가 새겨졌어요.

 

'누군가 올 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 거야.'

 

* * *

 

 

기다림의 끝에 찾아온 가장 가까운 행복과 기쁨.

소중한건 항상 내 옆에 있다는 걸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다.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물건은 좋아하지만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혼다 사오리, 2016)

 

미니멀리즘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물욕을 버리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 예쁘고 좋은 건 끝도 없이 많고, 물건 욕심은 나도 있고 너도 있으니까.

그런데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라니!

 

물건이 많다는게 풍요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이 책. 너무너무 매력적이다.

 

* * *

 

"이 세상에서 손에 넣은 것은 무엇 하나도 저세상에 가져갈 수 없다.

 

따라서 나는 숨이 끊어지는 순간, 지금까지 만났던 소중한 사람, 그들과 나눴던 대화,

함께 봤던 아름다운 풍경, 맛있는 음식들…

 

그 모든 '경험'을 떠올리며 '아, 참으로 행복한 인생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떠나고 싶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위 사람들은 '그 나이에 벌써 그런 생각을 해?!'라며 놀란다."

 

* * *

 

 

물건 소유하기가 아닌 물건 선택하기.

홀가분함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느끼기 위해!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이다의 작게 걷기 (이다, 2015)



작게 걷기

저자
이다 지음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 2015-06-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자박 자박, 그냥 걷는다. 작게 걷는다. 사진은 찍지 않는다.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원미산 작게 걷기: 조금씩 다가오는 원미산의 봄」

동네 산에 누워, 파란 하늘을 수놓은 연분홍 진달래를 본다. 자연을 보며 누리는 행복은 누가 먼저 가진다고 줄어드는게 아니지. 


「통영 작게 걷기: 미륵산을 방랑하고 연대도를 산책하다」

어느새 주면이 칠흙같이 깜깜해졌다. 버스는 산길을 구비구비 돌아 해안도로를 달린다. 문득 옆을 보았더니. 달이...... 엄청나게 크고 샛노란 보름달이 바로 옆에서 빛나고 있다!!!! (BGM. Jason Mraz's Bella Luna)

앙상한 나무들과 새싹, 커텐같이 주르륵 내려온 갈색의 덩쿨식물의 풍경. 나 지금 섬의 둘레를 따라 걷고 있는 거구나! 섬의 껍질을!

돌아가는 길이 힘들면 힘들수록 집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커졌다. 그립다... 집이 그립다...! 드디어 지하철에서 내렸다. 달이 너무 밝고 아름다웠다. 부천에서 보는 달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다행이었다.


「중산리 작게 걷기: 그리운 것들과 이별하는 작은 여행」

그래,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까. 사라지기 전에, 없어지기 전에, 거기 있을 때에 많은 것을 더 많이 사랑하자.


「국립민속박물관 작게 걷기: 나의 작은 아지트, 오촌댁 대청마루」

서늘하게 식어있는 기분 좋은 나무 마루의 느낌. 오랫동안 사람이 살고, 밟고, 만져서 손때가 묻어 매끈매끈한 이 기분좋은 촉감. 크게 뚫린 창문과 반대편으로 열린 대문, 뻥 뚫린 네무 지붕으로 산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씽씽 통과한다. 카페의 에어컨 바람과 차가운 커피와는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맑고 상쾌한 바람이다. (...) 딱히 뭔가를 하고 싶지 않다. 그냥 "아… 좋다."


* * *

봄의 통영, 여름의 서울, 가을의 경주, 겨울의 아산 그리고 그(이다)의 동네 부천. 무의미한 사진을 찍지 않고 눈으로 풍경을 담는다. 즉석에서 얼렁뚱땅 그려내는 그림일지라도 알록달록 색감을 더하니 고화질 사진 저리가라다. 그림은 두근두근 가슴 설레는 여행의 감흥과 여운을 더욱 세게 잡아둔다. 

선택과 집중으로 온전히 느끼는 일상 속 작은 걸음. 기분 좋다 :)

* * *


유명한 곳이 아니라도 좋아, 먼 곳이 아니라도 좋아.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늦기 전에, 엄마와 여행하기 (2006)

 


늦기 전에, 엄마와 여행하기

저자
무라마쓰 에리코, 나카가와 미도리 지음
출판사
걷다 | 2015-04-26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해외여행에 대비한 국내 연습여행부터 미리 준비한 5.60대 엄마...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가고 싶은 곳 보다는 '엄마와 함께 가기 괜찮은 곳'.

60대 엄마와 함께 하려면 여러 가지 생각 해야 할 것이 있다. 이 여행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포인트 4. 1. 컨디션 2. 안전 3. 적당히 4. 엄마들의 즐거움

그런데 엄마들도 그냥 '따라가 준다'는 기분이면 피곤해질 거라고 생각해. 파악하지 않으면 즐길 수 없는 일이다. '나도 같이 여행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주면 기쁠거야.

한편, 아빠는? 걱정되는 건 '엄마가 며칠이나 집을 비우는가'인 것 같다.

낮 시간에 계속 TV를 보거나(체력을 보충하는 날), 저녁에는 와인을 즐기거나, 창밖을 내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멍하니 있거나, 사온 선물을 꺼냈다가 포장했다가 다시 펼쳐보고, 모아둔 빨래를 하고, 저녁식사 전 샤워를 하고, 슈퍼마켓에서 사온 간식을 먹기도 하고, 졸리면 잠을 자기도 하고, 그리고 밤마다 하는 일. 허리마사지 & 발마사지. 내일을 준비하며 엄마에게 봉사하기.

엄마들이 쉬는 사이 '답사대'는 다음 산책 코스를 찾아 나선다. (...) 우선, 방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모시러 간다. "엄마 다녀왔어요. 좋은 산책이 될 것 같아요!!" "오늘은 추우니까 안 나갈래." 혹은 "응~ 추우니까 오늘은 됐어." 엄마아아~ 답사대만 억지로 산보를 나갑니다.

잠 들려는 엄마가 깨지 않도록… 뒤척거리고 싶은 것도 참고 조용히 있는 딸. 아침 일찍 딸이 깨지 않도록… 조심조심 화장실에 가는 엄마. 둘의 일과.

제대로 효도 여행을 했는지는, 엄마가 느끼는 것이라 뭐라고는 못하지만 적어도 '효도를 하고 싶다'는 각자의 꿈은 이뤘다. 하지만 효도라는 게 한 번만 하고 마는 것도 아니지… 이 여행이 끝나갈수록 '남은 날 동안 제대로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여행'이라는 모습이 아니라도, '엄마를 즐겁게 해드리고 싶다'는 것을 기분으로 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인가로. 

* * *

나도 언젠가 엄마와의 여행을 꿈꿨다. 열달의 시간을 이겨내며 나를 낳아준 엄마를 위한! 좀 무겁게 다가오는 '효도'라는 타이틀 보단 '선물'이 더 좋겠다. 

엄마에게 주고 싶은 선물. 다른 것도 많겠지만 '여행'의 의미는 또 다를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공유하며 보고 느끼고 맛보고 즐긴다는 건 자연스레 행복을 가져다 주니 말이다.

엄마 그리고 아빠,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는 여행이라. 꽃보다 할배 시리즈 속 이서진이 떠오른 건 나만의 생각은 아닐 듯 :)) 

* * *

엄마, 우리 여행 갈래요?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진중권, 2015)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

저자
진중권 지음
출판사
창비 | 2015-03-25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미학자 진중권, 한국 예술계의 거장들을 만나다! 사진, 건축,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950년대 케빈 린치라는 미국의 도시계획가가 도시를 이루는 다섯개의 요소 중 하나로 랜드마크를 꼽으면서 중요시된 개념이죠. 역사를 따져보면 서양의 도시들은 대부분 평지에 있었습니다. 어떤 도시를 그 도시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불뚝 솟은 인공적 구조물이 필요했죠. 하지만 서울은 이미 자연적인 랜드마크인 산이 있으니 인공적 구조물이 설 필요가 없는데, 서구화가 근대화인 줄로 착각하던 지난 시대에 별생각 없이 그 방법을 그대로 끌고 들어온 겁니다. 세계에 1천만 인구가 사는 도시가 16개 정도 있는데, 서울이 거의 유일하게 산이 있는 곳입니다. (건축가 승효상)

종묘를 혼자 가면 대단한 에너지를 얻습니다. 특히 비가 부슬부슬 오는 오후 네시쯤 가면 아무도 없거든요. 종묘 정전 자체가 엄청나게 장중한 건축이지만, 종묘가 아름다운 까닭은 그 건물 자체가 아니라 월대라는 곳에 있습니다. 월대는 신위를 모신 곳에서부터 1.5미터 내려와 있고, 그 아래 우리가 일상의 삶을 사는 곳에서 1미터 올라가 있는 매개적 공간,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거기에 홀로 서면 대단한 힘을 느끼게 됩니다. (건축가 승효상)

중국의 마당은 계급 질서 때문에 만든 마당입니다. 가운데로는 높은 사람만 다니고 하인은 가장자리로 다닙니다. 일본 마당은 교토의 사찰 료오안지(龍安寺)를 예로 들면 아침에 스님이 한번 쓸고 나면 아무도 들어가지 못합니다. 모든게 정지되어 있고 그저 바라만 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마당은 뭘 해도 괜찮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그 일이 끝나면 다시 고요로 남아서 우리를 사유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건축가 승효상)

가장 좋은 공부가 지도 공부입니다. 지도도 한가지만 보지 말고, 가능하면 옛 지도부터 현재의 지도까지 펴놓고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공간지각을 통해 기억되는 것은 굉장히 오래갑니다. 이게 어느정도 되면 그다음부터는 지도가 없어도 홀로 길을 걸으면서 변화의 과정을 체험할 수가 있죠. 그게 무진장 재밌습니다. 폐허에 가더라도 공간지각 훈련이 되어 있으면 그저 폐허로만 보이지 않죠. 주춧돌 하나만 있어도 지붕이 보이고, 어떤 풍경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걸 상상하면서 다니는 게 재미있지요. (건축가 승효상)

예술가란 양손으로 이상과 현실을 붙잡고 서로 멀어지려는 두 끝을 끌어당겨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가 아닐까요? 이상과 현실의 긴장을 놓지 않고 그 갈등과 모순을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으면서 둘 사이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예술가의 중요한 화두겠죠. (미술가 임옥상)

그건 관제미술이지 공공미술이 아니라고 봅니다. (...) 이순신 동상은 박정희 대통령이 자기를 이순신처럼 봐달라고 해서 세운 것이고, 세종대왕 동상은 오세훈 시장이 내가 곧 세종이라는 입장에서 세운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절대로 공공미술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반(反)공공미술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미술가 임옥상)

저는 "예술은 동사다"라고 생각합니다. 개념에 행동을 붙이는 것입니다. 예술이라면 사회를 흔들어서 이 사회가 미세한 떨림 속에서 재편되고 다시 제 길을 찾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예술가야 말로 행동하는 사람이지요. 예술가는 현장에서 떨어질 수 없고, 현장에 끝까지 매달려서 그 현장의 증인이자 기록자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술가 임옥상) 

각종 표지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공공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가독성입니다. 도시의 가독성이 높을수록 시민들은 많은 혜택을 보게 돼요.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고 환경 자체가 즐거워지지요.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기술이 바뀌면서 디자인도 바뀌어요. 특히 시각디자인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라, 소통 매체가 달라질 때마다 디자인은 요동치게 됩니다. 활판letterpress이란 납활자를 뽑고 조판해서 찍는 볼록판 인쇄인데, 오프셋은 평판이라서 컬러와 사진 재현에 강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오프셋으로 바뀌면서 그래픽이라는 말이 널리 퍼지기 시작하지요. 그전까지는 타이포그라피가 그래픽 디자인 전체였다면, 디자인 표현 영역이 사진으로 확장되는 것입니다.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a자를 돌리면 민 ㅎ자처럼 되고, a자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도 돌려놓으면 ㅎ자 아랫부분처럼 됩니다. 우리가 영어권, 특히 서구의 시각으로 뭘 해석해서 보거나 그쪽으로 따라가잖아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전체'라고 하는 것은 그리스 알파벳 '알파에서 오메가까지'가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글자의 첫 글자인 라틴 알파벳의 a부터 가장 새로운 글자 한글의 마지막 글자 ㅎ까지여야 온당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 * *

미학자 진중권보다는 소셜 미디어로 더 친숙한 진중권이 사진가 구본창, 건축가 승효상, 배우 문성근, 미술가 임옥상, 소설가 이외수, 대중음악 평론가 강헌,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 미디어 아티스트 박찬경까지 8명의 예술가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변화의 앞에 맞서 있는 그들의 삶과 예술적 감각, 동향에 대해 살펴볼 수 있었다.

동양의 파르테논이라 불리울 만큼 서양 건축가에게도 잘 알려진 위대한 우리 건축물 '종묘'. 병산서원 속 자연과 건축의 조화로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 '만대루(晩對樓)'. 이 두 곳은 꼬옥 가보고 싶다. 그리고 지도를 통해 도시의 변화를 면면히 알아보고 나서 도시를 온전히 느끼고 싶어졌다. 공감각적으로 :)) 그게 내가 사는 이 곳, '서울'일지라도.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센트럴 파크 (기욤 뮈소, 2014)

 


센트럴 파크(Central Park)

저자
기욤 뮈소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4-12-1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기욤 뮈소는 여전하다!사랑과 감동의 마에스트로 기욤 뮈소의 매혹...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당신,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요?" 가브리엘은 마치 터치라인에 선 선수 같았다. "인생에서 확신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p.41)

알리스와 가브리엘은 부둣가로 나와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었다. 수갑을 풀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풀린 건 아니었지만 가장 심각한 당면과제를 해결한 건 분명했다. 두 사람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항만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어느새 바람은 한결 따스해져 있었다. 코발트빛 하늘이 산업지대 특유의 황량한 느낌과 뚜렷한 대조를 이루었다. 날씨가 맑은 탓에 멀리 자유의 여신상과 뉴저지에 이르는 뉴욕만 전체가 한 눈에 들어왔다. (p.51)

우리의 생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때에 굳게 닫혀있던 문이 열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지닌 모순, 두려움, 회한, 분노, 머릿속에 들어 있는 복잡한 생각을 그대로 인정하고 품어 안아주는 당신의 반쪽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당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등을 토닥여주고,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을 볼 때마다 더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시켜주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p.87)

알리스는 이제야 비로소 가브리엘의 진면목이 보이는 듯했다. 수사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된 형사, 여러 날 잠을 설치면서도 범인의 심리와 행동반경을 집요하게 캐내는 형사, 범인체포를 운명으로 믿는 형사……. 알리스 자신도 역시 그런 형사였으니까. (p.171)

"세이무르와 아버지가 없었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앉아있지 못했을 거에요. 나는 출산을 앞둔 아기와 사랑하는 남편을 같은 날에 잃었고, 배를 수없이 난자당해 죽음 일보직전까지 갔었어요. 당신이라면 그렇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p.248)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시련이 존재한다. 나는 시련을 다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살아남는다. 과거의 상처가 여전히 나를 질식시키고 있었지만 나를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도록 지켜주는 사람들 덕분에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p.252)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2013년 10월 15일 화요일입니다. 지금 시각은 23시 59분입니다. (p.268)

나는 모든 걸 기억한다. (p.281)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질문하지. 알리스에게 현재 만나는 남자친구가 있나?" (...)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p.307)

"제발 그러지 말아요, 알리스." (...) "나는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요. 내가 자란 동네도 구경시켜주고 싶고, 송로버섯을 넣은 맥치즈도 만들어주고 싶고, 재즈도 듣고 싶고,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p.328)

* * *

종이 여자(La fille de papier)에 이어 본 기욤 뮈소의 <센트럴 파크>. 알츠하이머라는 소재는 진부할지라도 이 소설가의 스토리 구성 능력은 놀랍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과 반전 마저도 소설 자체가 품고 있는 이미지 때문인지 나름 귀엽고 사랑스럽다 :p (사랑에 빠지는 걸로 결론이 나는 건 마치 헐리우드 액션물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다. 재미있다. 나는 모든 걸 기억한다. 크크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창조의 CEO, 세종 (전경일, 2006)

 


창조의 CEO 세종

저자
전경일 지음
출판사
휴먼비즈니스 | 2006-11-13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72864 양장본| 392쪽| 223*152mm (A5신) 책소...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CEO 자리는 적장자가 승계한다.' 조선의 창업 이념 중심에는 유학이 자리잡고 있다. 장자 우대 원칙의 변형은 조선의 사상적 존립 기반을 뒤흔드는 것이었기에 충녕은 CEO로 발탁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녕은 자기 연마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p.25)

세종의 경영 성과 중 가장 크게 평가되는 것이 원칙과 표준의 설정이다. 국가 통치의 표준인 법전, 음률의 표준인 황종률, 도량형의 표준인 황종척의 설정 등이 바로 과학 기술 및 음악 분야에 나타난 표준화의 한 예로, 당시엔 미처 알지 못했으나 향후 500여 년을 이끌어 나간 '조선의 Standard'가 되었다. (p.58)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든 이유는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과 '소통'의 수단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 한자는 그 이질성 때문에 우리의 느낌과 감정을 깊이 있고 섬세하게 담아낼 수 없었다. 복잡하기도 했다. 복잡함은 결코 단순함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 백성들이 CEO의 지시를 알아듣지 못한다면 중앙집권의 꿈은 요원할 것이고, '위민 경영'의 실천 또한 구두선에 머물지 않겠는가. (p.81)

예나 지금이나 잉여 생산물은 바로 문화 창달의 기폭제가 된다. 배에서 쪼르르 소리가 나는데 가무를 즐길 백성은 없는 법이다. 바로 이 같이 단순한 이치를 세종은 국가 CEO로서 실천했다. (p.97)

국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시스템 중 하나가 법체계이다. 그것은 '다스림'의 기준이 된다. (...) 유교적 국가 경영이 법과 상관관계가 많다고 여긴 세종은 신생 조선의 CEO로 재임한 32년 가운데 17년이라는 절반 이상의 시간을 법률제도를 향상시키는 데 진력했다. 또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해 감독했다. 법전의 각 조항이 만들어지면, 반드시 감수를 했다. (p.101)

신생 조선의 CEO로서 세종이 재임 시절 가장 총력을 기울인 것이 유구한 역사 속에 남을 문화적 인프라의 구축이었다. (...) 그가 향악의 창작, 새로운 악보 및 악기의 제정, 「보평업」「정대업」 등의 작곡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 한 것 또한 그가 얼마나 한국적인 가치를 구현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p.151)

국가 경영이란 바로 『중용』에서 말하는 '위정재인(爲政在人)', 즉 "일대의 정치가 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일대의 영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세종은 충실했다. (...) 인재에 대한 '목마름'은 그의 고칠 수 없는 병 중의 하나였다. (p.196)

세종은 명분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성리학이 경영 이념이었음에도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냈다. (...) 또 왕후가 죽자 말년에는 신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궁중 안에 내불당을 짓기도 한다. (p.233)

'극단'은 어느 시대나 혼란기에 생겨난다. 이것은 어느 한 쪽이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여겨질 때,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 나가는 현상을 뜻한다. (...) 세종은 균형 감각이 탁월했다. 극단을 피하고, 어느 세력에도 치우치지 않았다. 그러면서 추상같이 국가 기강을 지켰다. 세종시대에는 단 한 번의 공신 책봉도 없었고 동시에 정치적 보복도 없었다. 또 유·불·선이 동시에 교차하고 뒤섞이는 시기였지만 종교적 대립도 없었고, 이로 인한 지나친 이념적 갈등도 없었다. (p.290)

* * *

세종을 가장 이상적인 CEO로 보는 이유는 그가 현시대의 리더십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조선이 유지되는 동안에도 변함이 없었다. 예를 들어 세종은 문종 때부터 철종 대에 이르기까지 실록에 대략 200여 번이나 인용되었다. 이는 역대 CEO들 중 제일 많은 횟수다. 가장 현실성 있는 리더십은 바로 우리의 역사 속에서 찾아지는 법이다. 세종이 그러했다. 그는 CEO의 전범(典範)이었고, 국가 경영의 영원한 Reference였다. (p.314)

* * *

<창조의 CEO, 세종>. 자기계발서다 보니 비슷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세종대왕의 업적과 발자취에 대해 물흐르 듯 읽기 좋은 책이다. 

태종의 셋째 아들, 32년간 조선을 이끌어간 조선의 4대왕 세종(충녕). 그는 조선 전기에 유래없는 가장 훌륭한 왕이었음은 틀림 없다.('대왕'이라는 호칭이 붙는 왕이 몇이나 될까?) 언제나 배우는 사람이었고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사람이었다. 과거와 시대적 흐름을 고찰하고 즉각적으로 대응하였으며 그만의 경영방침으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갔다. 결국 국가(또는 회사)는 CEO의 자질에 달렸다. '진실됨'과 '책임감'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 *

참고+ 세종대왕의 업적

어문 관련 | 「훈민정음」창제

행정 관련 | 전국 지방 제도의 확립, 도성 축조

농업 관련 | 천문 관측 기구 제작, 영농서 발간

의학 관련 | 각종 의학서 편찬

자주국방 관련 | 북방 영토 확충(4군 6진), 신병기 개발, 군용 선박 개발, 병서 간행

문학 관련 | 『월인천강지곡』 『석보상절』 『용비어천가』

음악 관련 | 「보태평」 등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종이 여자 (기욤 뮈소, 2010)

 


종이 여자

저자
기욤 뮈소 지음
출판사
밝은세상 | 2010-12-2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의 소설 속 여주인공의 색다른 사랑 이야기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나는 정말 조용한 시간이 필요했다. 진정제가 없으니 아이팟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진통제 탕약을 조제하는 신관의 심정으로 정성들여 마일즈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필립 글래스 등 이질적인 음악을 조합한 플레이리스트를 만든 다음 사운드독에 꽂았다. 거실 가득 마일즈 데이비스의 <Kind of Blue>가 울려 퍼졌다. 재즈 마니아가 아닌 사람들도 좋아하는 재즈 명곡. (p.89)

호감이나 친밀감 혹은 우정이라는 말은 캐롤과 나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우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릴 때만 맺어질 수 있는 관계, 좋은 일보다는 궂은일에 더욱 결속력이 강한 관계, 결코 변치 않는 의리로 맺어진 영원한 관계였다. (p.112)

상점 안은 사람들로 붐볐다. 스탄 게츠와 주앙 질베르토의 마법 같은 앙상블이 빚어내는 <The Girl From Ipanema>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40년도 넘게 엘리베이터 안, 슈퍼마켓, 주유소 같은 데서 이 명곡을 쉴 새 없이 틀어 보사노바의 걸작을 훼손시키는게 못내 안타까웠다. (p.140)

"잭을 처음 본 순간부터 우리 사이에는 뭔가 특별한 느낌이 있었어요. 어떤 확신, 일종의 본능적 끌림 같은 것이었죠. 서로 이 사람이다, 알아본 거죠. 오래전부터 함께였던 사람들처럼." 막 지껄이네. 하나같이 진부한 얘기들, 어쩌겠어, 불행하게도 다 내 탓인걸. (p.155)

"당신이 말한 그 '깊은 맛'이라는 게 정확히 뭘 염두에 둔 말이죠?" 빌리가 예를 찾으려 애를 쓰다 조금 전에 산 망고를 자르며 말했다. "예를 들어 이런 과일의 맛 말이에요." "어떤 거요?" 고운 얼굴을 바람결에 내맡기려는 듯 그녀가 고개를 하늘로 들고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바람이 우리의 얼굴을 훑고 지나갈 때의 느낌 같은 것." "난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입을 삐죽 내밀었지만 그녀의 말이 전적으로 틀리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순간적인 경이를 포착하는 데 서툰 작가였다. 왠지 그런 느낌은 나한테 잘 와 닿지 않았다. (p.199)

빌리는 햇살이 가득한 테라스 앞쪽으로 걸어갔다. 태평양과 코르테스 해가 만나는 바하 반도 최남단의 풍경이 발아래 마법처럼 펼쳐져 있었다. (...) '천국으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의 '라 푸에르타 델 파라이소'라는 호텔의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p.217)

"잠깐! 움직이지 마! 치즈!" 찰칵, 즈즈즈즈즈 (...) "나도 좀 보자! 나도 좀 보자!" 마법 같은 3분간의 기다림. 캐롤은 내 어깨에 기대 필름 위에서 서서히 사람 형상이 드러나는 순간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캐롤이 드디어 나타난 사진을 보며 한바탕 크게 웃었다. (p.226)

마침 바 구석에서 누군가 피아노에 앉아 <As Time Goes By>를 연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영화 <카사블랑카>에 나오는 흑인 피아니스트 샘이 앉아 있을 것 같은 착각에 피아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가죽으로 된 피아노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바로 오로르였다. (p.253)

포효하는 천둥소리와 함께 빗발이 점점 굵어지며 창문에 두터운 장막을 드리웠다. 버번 스트리트 바의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 속에서 오로르가 피아노를 치며 블루스적인 감성으로 감미롭고 호소력 있게 부른 <A Case of You>가 끝났다. (p.256)

오로르와 내가 다른 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내게 사랑은 산소 같았다. 우리의 삶에 빛과 광채, 강렬한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게 사랑이라 믿었다. 하지만 오로르는 아무리 멋진 사랑이라도 결국 환상이며 위선이라 여겼다. (p.259)

캐롤은 권총 손잡이를 양손으로 꼭 잡은 채 정신없이 그에게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도 밀로는 하얀 모래와 터크와즈 빛 바닷물에 둘러싸인 작은 산호초 위에서 한참동안 서 있었다. 그날 오후, 맥아더파크 빈민가 임대 아파트의 그림자가 멕시코 끝까지 뻗쳐 있었다. (p.267)

"그럼 오늘밤이 우리의 모험을 끝내는 날인가?" 빌리가 짐짓 유쾌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 맞습니다. 우리 둘 다 임무 완수를 했으니까. 당신은 소설을 끝냈고, 나는 사랑하는 여자를 당신한테 되찾아주었으니까." (p.447)

"어디로 갈까요?" 그녀가 시동을 걸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p.480)

* * *

사랑스러운 빌리의 끊이지 않는 수다에 나는 흐뭇하게 미소지으며 책장을 덮었다. 여운이 가시지 않는 책 La fille de papier, <종이 여자>.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이야기 전개가 쉴 틈 없이 빼곡하다. 어느 한 장면도 스쳐지나가는 법 없이 밀도 있게 묘사하여 (상상 속의) 눈을 즐겁게, 틈틈히 상황을 고려한 노래를 삽입하여 (상상 속의) 청각까지 즐겁게 해준다. 아 너무너무 재밌어 :)) 최근 본 소설 중에 가장 인상적이다.

캔디핑크로 도색한 1960년대 식 피아트 500. 너무 귀엽고 앙증맞잖아! 히잉

1960 피아트 500 K
  • 가격 -
  • 차종 왜건, 경형
  • 연비 0.00 ㎞/ℓ

* * *

<그 후에> <구해줘>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센트럴파크>. 꺄, 앞으로 볼 책이 왕창 늘었다.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내가 태어날 때까지 (난다, 2014)

 


내가 태어날 때까지

저자
난다 지음
출판사
애니북스 | 2014-08-27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일상의 한 점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어쿠스틱 라이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 10주차

"아기 태어나면 난, 내 꿈을 포기하게 되는 줄 알았거든. 근데 오히려, 나를 달리게 만드는 엔진이 하나 더 생긴 기분이야. 자식은 빛이야."

+ 14주차

이젠 확실히 배가 나왔다. 새로 생긴 배(?)는 느낌이 다르다. 뭔가 아랫배가 단단하고 두터운 느낌. 무엇보다 달라진 건 짜증이 늘었다. 생리증후군이 매일 이어지는 느낌.

+ 24주차

산후 조리원에 있으면, 편하게 막 딩가딩가 쉬는 것 같지? 아무리 궁궐 같은 곳에 있어도 젖은 언니한테서만 나오거든? 두 시간에 한 번씩 신생아실 내려가서 한 시간 동안 생전 처음해보는 수유를 해야 한다고. 모유 수유는 또 아무나 척척 성공하는 줄 알아? 젖꼭지를 미친 개한테 물어 뜯기는 고통 느껴본 적 있어? 육아에 편한 건 없어. 존나게 고생하느냐 그냥 고생하느냐 두 가지라고. 돈 써서 조금 덜 고생할 수 있으면 행운으로 알아야 해.

+ 28주차

침대에서 내려오는 게 힘들어진 지는 아주 오래. 살면서, 배꼽의 바닥을 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지. 28주차 태아 1.5kg, 양수와 태반, 혈액 등 임신으로 늘어난 물질들의 무게가 도합 8kg가량. 몸이 무거워지니까 모든 게 힘들다. 나는 내가 좋아하던 몇 가지 기쁨을 잃어버렸다. 어리광부렸지만 실은 알고 있다. 세상에 기쁨의 개수는 셀 수 없이 많고 나는 그중에서 부모가 되는 기쁨을 고른 것이다.

+ 32주차

정호가 좀더 크면 말해줄 거에요. 엄마가 일하는 건 바람 불고 비 오는 것 같은 자연현상이야. 그러니까 슬퍼하지 말라고. 그리고 얼마 후 윤희씨가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뒀다는 소식을 들었다.

+ 34주차

이제 출산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한다. (...) 아직 세상에, 우리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상태에서의 데이트도 마지막. 단순히 출산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만 생각했던 임신은, 지금 돌아보니 그 자체로 너무나 즐거웠던 하나의 단락이었다. 좀더 둘이서 같이 보내자.

* * *

엄마가 되어보기 체험 만화! 난다의 <내가 태어날 때까지>. 그림체도 스토리도 소소하게 따뜻하다. 인형그림책 작가 '백홍치'와 아무국수 가게를 운영하는 요리사 '마수철'이 주인공이다. 개월별 임신 일상과 임신 관련 정보 등을 조그맣게 담아놓았다.

임신과 출산. 나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작스레 찾아온 임신에 적잖이 놀랄 마음을 도닥도닥 다독여줄 만한 책이다.

* * *

"요즘 남편들은 너무 물러! 가장의 권위가 아주 땅에 떨어졌다고." "그쵸? 저한테 너무 심한 말을 하길래 한마디 받아쳐줬더니 집 나가래요." "뭐랬는데요?" "남들 다 하는 임신인데 너무 유별나게 군다고요." - 특별 만화 <남편들의 수다> 중-

설정

트랙백

댓글

:: 책 :: 용의자 X의 헌신 (히가시노 게이고, 2005) 


용의자 X의 헌신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2006-08-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06년 제134회 나오키상 수상작! 2005년 연말 미스터리...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보통 사람이라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반권의 보관 장소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 형사가 올 때를 대비해서 팸플릿 속에 끼워두었다면, 상당한 강적이라는 말이지." (266p.)

- 작은 것 하나까지도 챙기며 철저한 알리바이를 만들어 내는 이시가미. 완벽한 위장 살인을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순수하지요. 이시가미라는 사내 말입니다. 그가 구하는 해답은 늘 단순합니다. 몇 가지를 한꺼번에 구하지 않아요.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 또한 단순해요. 그래서 망설임이 없지요. 사소한 일에 발목이 잡히거나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런 삶의 방식이 그리 좋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겁니다. 얻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늘 그런 위험과 같이 하지요." (268p.)

- '순수'하기 때문에 '위험'을 자처한다. 이야기의 반전이 전개된다.

 

"저번에도 말했었지. 고찰이란 것은 생각하고 추론한 내용을 가르키는 말이야. 실험을 해서 예상한 대로 결과가 나와 다행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냥 감상에 지나지 않아. 애당초 모든 것이 예상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실험을 하는 과정에서 나름대로 뭔가를 발견하기를 바래. 어쨌든 좀 더 생각해서 쓰도록 해." (285p.)

- 정확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섣부른 판단에 따른 결론은 또 다른 사건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잘 되지 않았을 때는 체념한단 말이지……. 그것이 보통의 인간이 하는 행동이라고. 최후까지 지켜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까." (342p.)

- 그러나 남들과는 다른 그였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신까지도 희생하는 그였기에… 

* * *

2006년 나오키 수상작이자 일본 그리고 한국에서 영화로도 리메이크 된 소설을 드디어 봤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용의자 X의 헌신>.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며 읽다가 또 다른 사건의 조명으로 순간 멍 해졌다. 야스코의 죄를 덮기 위해 또 다른 죄를 만드는 이시가미. 희망 한 점 없는 마지막 순간에 한줄기 빛으로 다가온 야스코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지켜주고자 했던 이시가미의 희생에 말이다.

다시 보지 않는 편이 나았을 야스코를 마주하게 된 이시가미의 심정. 그녀가 뱉은 한 마디로 이시가미는 모든 것이 무너졌다. 이시가미가 꿈꾸는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야스코의 선택은 무엇을 의미할까.

설정

트랙백

댓글